건설업계에 일감 확보 비상이 걸렸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들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공공사업 발주를 미루거나 취소,건설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공사비 1000억원씩 5개 공구로 나눠 연내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될 예정이었던 경기도 김포 경전철은 안정성 등의 문제로 최근 중전철로 변경되면서 입찰이 미뤄졌다.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과 미디어촌 사업도 인천시가 재검토를 선언하면서 6000억원의 공사가 사라질 위기다. 서울시도 부채 축소를 위해 강서구 마곡지구 내 워터프런트사업(1500억원 규모)을 재검토 중이다. 성남시도 2000억원짜리 매송~벌말 지하차도 공사 발주를 늦추고 있다.

건설업체에 조달청의 연간 발주량과 비슷한 공사를 내놓는 LH의 사업구조조정은 건설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LH가 상반기에 발주한 택지개발지구 아파트와 부지 조성 등 신규 공사금액은 2조6400억원(239건)에 그쳤다. 이는 연초 발주목표의 18.6%에 불과하다.

LH는 지난 3월 14조2000억원 규모의 연간 발주계획을 세웠지만 계획 물량의 절반 이상이 축소 · 연기되면서 하반기 공공공사 부족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당초 올해 국내 공공공사 물량을 44조7000억원으로 예측했지만 지자체와 공기업의 사업 취소가 속출하자 최근 예측치를 30% 이상 줄였다. 상반기 건설업계 공공공사 수주는 14조3900억원으로 작년보다 46.6%나 급감했다.

일감 부족이 심화되자 건설업계는 수주목표를 재조정하고 공사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대형 건설사인 A건설은 3조원대의 연초 수주 목표를 1조7000억원으로 낮추고,수익성을 높이고 자재낭비를 줄이기 위해 현장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중견건설업체 수주담당 관계자는 "일감이 부족하자 대형업체들이 이익이 별로 나지 않는 LH의 임대아파트 건설공사에까지 뛰어들어 중견업체들의 수주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